21일간 매일 "모름"을 인정했더니 생긴 변화

21일간 매일 "모름"을 인정했더니 생긴 변화

"그거 알아요?"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회의 자리에서, 친구와의 대화에서, 심지어 처음 듣는 주제에서도 저는 반사적으로 아는 척을 했습니다. 모름 인정이 제게는 패배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제가 '모른다'고 말한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습니다. 그게 이 실험의 시작이었습니다.

21일 동안 매일 최소 한 번, "모르겠습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간단해 보이죠? 실제로 해보면 이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알게 됩니다. 이 글은 그 21일의 날것 그대로의 기록입니다.

혼자 생각에 잠겨 있는 사람, 자기 인식과 지적 겸손
우리는 얼마나 자주 '모른다'고 말하는가. (Photo: Unsplash)

실험 배경 — 나는 왜 '모른다'는 말을 두려워했는가

제가 아는 척의 달인이 된 건 어느 날 갑자기가 아니었습니다. 아주 오래, 아주 조금씩 쌓인 결과였습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의 질문에 "모르겠어요"라고 답하면 뭔가 부족한 아이처럼 느껴졌고, 직장에서는 "그걸 몰라요?"라는 동료의 눈빛이 두려웠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저는 '모른다'는 말 대신 "음, 그게 말이죠..." 하며 말을 길게 늘리거나, 아는 척 화제를 돌리거나, 아예 침묵으로 넘기는 기술을 익혔습니다.

심리학에서 이를 지적 겸손(Intellectual Humility)의 결핍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자신이 모르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능력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흥미로운 건, 이 겸손함의 결핍이 오히려 학습을 방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겁니다.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니까요. 심리학 용어로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 강화되는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내가 가진 기존 지식만 맞다고 믿고, 그것과 다른 정보는 무시하거나 왜곡하는 경향입니다.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습니다. 한 친구와 투자 이야기를 하다가, 저는 전혀 모르는 분야인데도 고개를 끄덕이며 아는 척을 했습니다. 나중에 그 친구가 "노이반이 그렇다고 해서 그냥 믿었어"라고 했을 때 등이 서늘해졌습니다. 내 허세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직감했습니다. 저는 이 믿음을 언러닝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모른다고 말하면 무시당한다'는 믿음을요.

참고로,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강함 신화'가 성공을 막는 3가지 이유를 읽으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강해 보여야 한다는 믿음과, 알아야 한다는 믿음은 사실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실험 설계 — 21일, 하루 한 번, "모르겠습니다"

규칙은 단순했습니다.

  • 기간: 21일 (습관 형성의 최소 단위로 알려진 기간)
  • 규칙: 매일 최소 한 번, 진심으로 모르는 것에 대해 "모르겠어요" 또는 "잘 모르는데, 더 찾아볼게요"라고 말하기
  • 기록: 매일 밤 3줄 일지 — 언제 말했는지, 상대방의 반응, 내 감정
  • 금지: 모른다는 말을 하고 나서 바로 변명하거나 다른 걸로 만회하려 하지 않기

특별히 마지막 규칙이 중요했습니다. 저는 과거에 "모르긴 한데, 대신 이건 잘 알거든요"처럼 즉시 보상을 붙이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이번엔 그냥 '모른다'는 상태로 머무는 연습을 하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21일이라는 기간도 처음엔 자신이 없었습니다. 3일이나 버틸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3일만"이라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3일이 지나면 또 3일을 붙이는 방식으로 이어갔습니다.

1일차~21일차 — 다이어리로 보는 21일의 변화

전부 쓰면 책 한 권이 되니, 가장 인상 깊었던 날들만 추려 공유합니다.

1일차 — 입이 안 떨어졌다

첫날, 팀 회의에서 기회가 왔습니다. 동료가 최근 업계 트렌드를 언급했고, 저는 그 용어를 처음 들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아, 맞아요 그거"라고 했겠지만, 이번엔 말을 멈췄습니다. 약 3초간 침묵. 그리고 "그 용어는 제가 처음 들어보는데,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라고 했습니다.

그 3초가 제 인생에서 가장 긴 3초처럼 느껴졌습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동료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오히려 "오, 좋은 질문이에요. 저도 처음엔 헷갈렸는데"라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날 일지에 이렇게 썼습니다. "두려웠다. 하지만 세상이 무너지진 않았다."

5일차 — 처음으로 편해지기 시작했다

가족과 저녁을 먹다 뉴스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아버지가 어떤 정책에 대해 물어보셨는데, 솔직히 잘 몰랐습니다. 이전엔 대충 알고 있는 척 의견을 냈겠지만, "아, 저 그 부분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좀 찾아볼게요"라고 했습니다. 아버지가 웃으시며 "그래, 모르는 건 찾아봐야지"라고 하셨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아버지와의 대화가 더 편안해졌습니다.

11일차 — 위기가 왔다

외부 미팅이 있었습니다. 클라이언트가 기술적인 질문을 했고, 저는 정확히 알지 못하는 영역이었습니다. "제가 정확한 수치는 확인 후 답변드리겠습니다"라고 했는데, 상대방의 표정이 약간 굳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날 밤 일지에는 이렇게 썼습니다. "오늘은 진짜로 무서웠다. 신뢰를 잃은 건 아닐까?" 실제로 그 고민이 사흘 정도 이어졌습니다. 이 실험을 포기하고 싶었던 첫 번째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3일 후, 그 클라이언트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정확하게 확인해서 알려줘서 고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모른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확인하는 태도가 오히려 신뢰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19일차 — 내가 달라진 걸 느꼈다

친구가 처음 보는 책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예전의 저라면 "아, 그 작가 알아"라고 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엔 "처음 듣는 작가인데, 어떤 내용이야?"라고 자연스럽게 물었습니다. 질문하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모른다는 사실이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날 일지 마지막 줄: "모름은 비어있는 게 아니라, 채워질 수 있는 공간이다."

창가에 앉아 노트에 기록하는 사람, 자기 성찰과 실험 기록
매일 밤 3줄 일지를 쓰는 것이 이 실험의 핵심이었습니다. (Photo: Unsplash)

예상치 못한 발견 — 실험 중 튀어나온 것들

솔직히 이 부분이 제가 가장 쓰고 싶었던 부분입니다. 실험을 시작하기 전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입니다.

발견 1 — '모름'을 인정하자 다른 사람들도 솔직해졌다

제가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면, 신기하게도 주변 사람들이 "사실 저도 그 부분은 헷갈렸어요"라는 말을 더 자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제 솔직함이 상대방에게도 솔직해질 수 있는 허락을 준 것 같았습니다. 한 회의에서는 팀 전체가 "우리 이 부분 모르는 거 인정하고, 다 같이 찾아보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단 한 명의 '모름 인정'이 집단 전체를 바꾼 순간이었습니다.

발견 2 — 아는 척할 때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낭비됐는지 알았다

아는 척을 유지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틀리지 않으려 말을 돌리고,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화제를 바꾸고, 집에 와서 뒤늦게 찾아보는 과정. 이 모든 게 몸과 마음을 얼마나 소진시켰는지, 실험 중 그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자 비로소 느꼈습니다. 허세는 단순히 거짓말이 아니라, 지속적인 에너지 소모였습니다.

발견 3 — 내가 실제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경계가 불분명했다

이게 가장 충격적이었습니다. 매일 '오늘 모른다고 말할 것'을 찾으면서, 저는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나 이거 진짜 아는 건가?"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고 합니다 — 실제로 아는 게 적을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입니다. 21일 동안 저는 이 현상을 매일 저 자신에게서 목격했습니다.

발견 4 — 실패한 날도 있었다

7일차와 15일차에는 규칙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7일차엔 중요한 발표 자리에서 본능적으로 아는 척을 해버렸고, 15일차엔 모른다고 말하긴 했지만 바로 뒤에 "근데 이건 잘 알아요"라며 보상을 붙였습니다. 규칙 위반이었습니다. 그날은 일지에 변명을 열 줄 정도 썼다가 다 지우고 딱 한 줄만 남겼습니다. "내일 다시 하자."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게 또 하나의 언러닝이었습니다.

결과 보고 — 21일 후 숫자와 변화

정량적으로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 총 21일 중 '모름 인정' 성공일: 19일 (실패 2일)
  • 모름을 인정한 총 횟수: 47회 (하루 평균 2.5회, 규칙은 1회였는데 점점 늘었습니다)
  • 상대방의 부정적 반응을 경험한 횟수: 3회 (전체의 약 6%)
  • 상대방의 긍정적 혹은 중립적 반응: 44회 (약 94%)
  • 모름을 인정한 후 새로운 정보를 얻은 횟수: 38회

수치보다 더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실험 전 스스로를 평가했을 때, 저는 대화 중 긴장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특히 잘 모르는 주제가 나올 때 '들키면 어쩌나'라는 긴장이 항상 깔려 있었습니다. 21일 후, 그 긴장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모임이나 회의에서 처음 접하는 주제가 나와도 "오, 이건 모르는데 배울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모른다는 말은 대화의 끝이 아니라, 진짜 대화의 시작이었습니다."

비슷한 실험을 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전에 30일 동안 불평 안 했더니 생긴 변화 3가지라는 글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무언가를 '하지 않는' 연습이 오히려 우리 안에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것. 이번 실험도 정확히 그랬습니다.


21일이 내게 가르쳐 준 것

성공 스토리처럼 포장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건 또 다른 아는 척이겠죠. 솔직하게 말하면, 21일 후에도 저는 여전히 가끔 아는 척을 합니다. 완전히 바뀌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이제는 아는 척을 하고 나서 내가 방금 아는 척을 했다는 걸 인식합니다. 예전엔 그조차 몰랐습니다. 그 인식 자체가 변화의 시작입니다. 언러닝은 완벽한 제거가 아니라, 패턴을 알아채는 감각을 키우는 것임을 이 실험을 통해 몸으로 배웠습니다.

또 하나. '모른다'는 말이 자신을 약하게 보이게 한다는 믿음은, 사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은 믿음이었습니다. 학교도, 부모님도, 직장도 명시적으로 "모르면 안 된다"고 말한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 믿음은 제가 스스로 해석하고, 스스로 강화한 것이었습니다. 이 실험은 그 해석이 틀렸음을 94%의 확률로 증명해 주었습니다.

"지적 겸손은 약함이 아닙니다. 성장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입니다."

✦ 당신도 이 실험을 해보세요 — 3일 버전

21일이 부담스럽다면, 먼저 3일만 해보세요. 규칙은 단 하나입니다.

  • 매일 한 번, 진심으로 "모르겠어요"라고 말하기. 단, 바로 변명을 붙이지 않기.

그리고 그날 밤, 딱 3줄만 적어보세요.

  1. 언제, 어떤 상황에서 말했는가?
  2. 상대방의 반응은 어땠는가?
  3. 내 감정은 어땠는가?

3일치 기록을 보면, 당신이 '모름 인정'을 얼마나 두려워했는지, 그리고 현실은 얼마나 달랐는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당신은 어떤 상황에서 가장 아는 척을 많이 하나요?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보세요.

자주 묻는 질문 (FAQ)

Q. '모른다'고 말하면 직장에서 무능해 보이지 않나요?

A. 실험 결과를 보면 상대방의 부정적 반응은 전체 47회 중 단 3회, 약 6%에 불과했습니다. 오히려 '정확하게 확인 후 답변드리겠다'는 태도가 신뢰를 높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무능해 보이는 것은 '모른다'는 말이 아니라, 틀린 정보를 아는 척 전달하다 들켰을 때입니다.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정확성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주는 행동입니다.

Q. 지적 겸손 실험, 혼자 하기 어렵지 않나요? 어떻게 유지하나요?

A. 유지의 핵심은 '거창한 결심'이 아닌 '작은 기록'입니다. 매일 밤 3줄 일지가 이 실험의 생명이었습니다. 잘 안 되는 날도 "오늘은 실패했다"를 솔직히 쓰는 것이 오히려 동기를 유지하게 해줍니다. 또한 혼자가 힘들면 비슷한 실험을 함께할 한 명을 정해서 서로 하루 한 줄씩 공유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Q. '모른다'고 말하는 것과 자신감 없어 보이는 것, 어떻게 다른가요?

A. 말하는 방식이 핵심입니다. "저는 이 부분은 전문가가 아니라서요..." (위축된 방식)와 "그 부분은 제가 더 확인해볼게요, 정확하게 알려드리고 싶어서요" (자신감 있는 방식)는 같은 '모름'을 전달하지만 전혀 다른 인상을 줍니다. 모른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자신감의 차이를 만듭니다.

Q. 허세를 극복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A. 가장 쉬운 시작점은 '안전한 관계'에서 먼저 연습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업무 미팅이나 평가받는 자리보다, 친한 친구나 가족과의 일상 대화에서 먼저 "사실 나 그거 잘 몰라"라고 말해보세요. 낮은 리스크의 상황에서 '모름 인정'의 경험을 쌓으면, 점차 더 공식적인 상황에서도 자연스럽게 적용할 수 있게 됩니다.

📖

무료 E-book 받기

언러닝 첫 걸음 — 7일 실천 가이드
이름과 이메일을 남기면 바로 드립니다.

무료로 받기 →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