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지금 이 순간, 이것도 잘하고 싶고 저것도 잘하고 싶어서 정작 아무것도 깊이 파지 못하고 있진 않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막상 실천하지 못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모든 걸 잘해야 한다"는 믿음이 너무 단단하게 박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그 믿음을 내려놓는 데 꼬박 8개월이 걸린 저의 이야기입니다.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보다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직합니다. 그 과정이 당신에게도 작은 힌트가 되길 바랍니다.
8개월 전의 나는 이랬습니다
저는 한때 제 자신을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글쓰기, 영상편집, 영어 회화, 파이썬 코딩, 디자인 기초, 운동까지 — 동시에 손을 뻗었습니다. 수첩에는 배울 목록이 17가지나 적혀 있었고, 그중 제대로 마무리한 것은 단 2가지였습니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오늘도 아무것도 못 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뭔가를 하긴 했습니다. 유튜브 강의 15분, 영어 단어 10개, 코딩 튜토리얼 30분.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노력들이 어디에도 쌓이질 않았습니다. 모래 위에 물을 붓는 느낌이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주의 자원 분산(Attentional Resource Depletion)이라고 설명합니다. 쉽게 말하면, 우리의 집중력은 한정된 예산과 같습니다. 여러 곳에 조금씩 나눠 쓰면 어디서도 충분한 깊이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2011년 프린스턴 대학교 신경과학 연구팀은 멀티태스킹이 인지 효율을 최대 40%까지 떨어뜨린다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알고도 멈추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믿음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재다능해야 살아남는다"는 믿음은, 사실 아무것도 제대로 못 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포장한 말이었습니다.
저는 하나에 집중했다가 그것마저 잘 안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시도하면 그중 하나는 되겠지 — 라는 논리였지만, 그것은 논리가 아니라 회피였습니다.
전환점: "왜 나는 하나를 선택하지 못하는가?"
전환점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왔습니다. 어느 날 유독 지쳐서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그냥 소파에 누웠습니다. 그때 문득 떠오른 질문 하나. "내가 진짜 잘하고 싶은 게 뭐지?"
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5분이 지나도, 10분이 지나도. 17가지를 배우려 했는데 정작 가장 원하는 것 하나를 몰랐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습니다. (비슷한 경험을 하셨다면, 저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아실 겁니다.)
그 며칠 후, 의도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하루 1시간 아무것도 안 하기 실험을 해봤는데, 그 고요한 시간이 오히려 제가 진짜 원하는 것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주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비움이 명확함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저는 처음으로 목록에서 15가지를 지웠습니다. 손이 떨렸습니다. "이걸 지우면 기회를 잃는 게 아닐까?" 라는 목소리가 강하게 일었습니다. 하지만 그 목소리 자체가 바로 다재다능 함정의 본질이었습니다.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 사이에서 선택하지 못하는 상태로부터 벗어나는 것. 그게 언러닝이 필요한 지점이었습니다.
Harvard Business Review(2023)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고성과자들의 공통점은 '더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적게, 더 깊이 하는 것'이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5,000명의 직장인 중 72%가 "집중 영역을 줄인 후 성과가 향상됐다"고 응답했습니다.
선택과 집중이 가져온 3가지 구체적 변화
17가지에서 2가지로 줄인 후, 제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솔직하게 수치와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① 글쓰기 실력이 눈에 띄게 성장했습니다
글쓰기와 영상편집 중 글쓰기만 남겼습니다. 처음엔 영상을 포기하는 게 손해처럼 느껴졌는데, 글쓰기에만 집중한 첫 3개월 동안 블로그 월간 방문자가 약 2.3배 증가했습니다. 글 하나에 들이는 시간이 평균 1시간에서 3.5시간으로 늘었고, 그 결과 독자 댓글 수가 월 평균 3개에서 19개로 늘었습니다.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나머지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남긴 것에 충분한 에너지를 주는 일임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② 하루가 덜 소진됩니다
예전에는 여러 가지를 조금씩 하면서도 하루 끝에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 번아웃 감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하나에 깊이 들어갔다 나오는 느낌이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몰입(Flow)이라고 합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가 제시한 개념으로, 하나의 과제에 완전히 빠져드는 최적 경험의 상태입니다. 그 상태는 도전 수준과 실력이 적절히 균형을 이룰 때 나타나는데, 저는 집중 영역을 줄인 후 주당 평균 4회 이상 이 상태를 경험하게 됐습니다. (이전에는 거의 없었습니다.)
③ 비교로 인한 불안이 줄었습니다
다재다능 함정의 부작용 중 하나는, 잘하는 사람을 17가지 방향에서 모두 마주한다는 것입니다. 글 잘 쓰는 사람, 영상 잘 만드는 사람, 코딩 잘 하는 사람 — 모두가 나보다 앞서 있는 것 같았습니다. 선택과 집중 후, 비교 대상이 한 영역으로 좁혀지니 오히려 비교 불안이 감소했습니다. 이 경험은 제가 이전에 쓴 비교 멈추기 전후 변화 글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범위를 좁히는 것 자체가 비교를 멈추게 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습니다.
아직 진행 중인 것들 —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이 글이 "언러닝 완료, 이제 완벽합니다"로 끝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도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손이 뻗어집니다. 최근에 팟캐스트를 시작해볼까, 뉴스레터도 해볼까 하는 생각이 5번은 들었습니다.
그 충동이 올 때마다 저는 스스로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집니다. "이걸 지금 추가하면, 지금 하고 있는 것에서 무엇을 빼야 하는가?" 이 질문은 충동적 확장을 막아주는 작은 브레이크가 됐습니다. 제로섬(zero-sum)이 아니라, '한정된 자원'을 인식하는 습관입니다.
Carol Dweck의 성장 마인드셋 연구에 따르면, 변화는 한 번의 결심이 아니라 반복적인 선택의 누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저도 매일 그 선택을 다시 합니다. 어떤 날은 흔들리고, 어떤 날은 단단합니다. 그게 현실입니다.
언러닝은 완료 상태가 아닙니다. 매일 다시 선택하는 과정입니다.
한 가지 더 솔직히 드리자면, 선택과 집중이 처음엔 외로움처럼 느껴졌습니다. "저 사람은 저걸 하는데 나는 왜 이것만 하고 있지?"라는 감각. 하지만 그 외로움을 8주쯤 버텼을 때, 뭔가 내 것이 되어가는 감각이 왔습니다. 그 감각은 다재다능하게 뛰어다닐 때는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것입니다.
지금 당신은 어떠세요? —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 지금 바로 해볼 수 있는 실습: "나의 진짜 1순위 찾기"
종이나 메모 앱에 지금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 잘하고 싶은 것을 모두 적어보세요. 개수 제한 없이.
- ✅ 1단계: 목록을 다 적었다면, 각 항목 옆에 "왜 하고 싶은가?"를 1문장으로 씁니다.
- ✅ 2단계: 이유가 "남들이 하니까",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잃으면 아까울 것 같아서"인 항목에 △ 표시를 합니다.
- ✅ 3단계: △ 항목을 지우지 않고, 3개월간 '보류' 목록으로 옮깁니다.
- ✅ 4단계: 남은 항목 중 지금 당장 에너지를 쏟고 싶은 것 1~2가지를 고릅니다.
이 작업이 생각보다 어렵다면, 그것 자체가 다재다능 함정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어렵다고 느끼셨다면 댓글로 나눠주세요. 함께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실제로 이 블로그 독자 중 한 분은 12가지 목표를 3가지로 줄인 후 6개월 만에 첫 번째 온라인 강의를 완성했다고 댓글을 남겨주셨습니다. 또 다른 분은 "버리는 것이 두렵다고 했는데, 막상 버리니 홀가분했다"고 하셨습니다. 그 이야기들이 저에게도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지금 몇 가지를 동시에 붙잡고 계신가요? 그중 진짜 원하는 것과 두려움 때문에 버리지 못하는 것은 어떻게 구분되시나요? 댓글로 나눠주시면,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이곳이 그런 대화가 가능한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언러닝은 혼자 하는 작업이지만, 혼자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블로그가 그 동료가 되겠습니다. 조금씩, 함께, 비워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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