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극복하고 싶었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 두려움이 사라지기를 바랐습니다. 완전히, 깨끗하게, 영원히. 그러면 비로소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거든요. 그 믿음을 가진 채로, 저는 꽤 오랫동안 두려움과 싸워왔습니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계속 졌습니다.
6개월 전의 나는 이랬습니다
6개월 전, 저는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3일 내내 잠을 제대로 못 잤습니다. 두려움 극복을 위해 유튜브 동기부여 영상을 밤새 봤고, 긍정 확언을 노트에 반복해서 썼습니다. "나는 할 수 있다", "두려움은 나를 막지 못한다"라고요. 그러면서 동시에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이렇게까지 해도 아직 떨리다면, 나는 정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두려움을 없애려는 노력이 오히려 두 번째 두려움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겁니다. '여전히 두렵다는 사실 자체가 두려운' 상태. 심리학에서는 이를 메타불안(Meta-anxiety)이라고 부릅니다. 불안에 대한 불안, 두려움에 대한 두려움. 저는 이 이중 덫에 걸려 있었습니다.
더 솔직히 털어놓자면, 그때 저는 블로그에 올릴 글도 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글이 충분히 좋지 않을 것 같다는 두려움, 독자들이 실망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손을 멈추게 했거든요. 글을 쓰는 사람이 글을 못 쓰고 있는 아이러니. 그 시기가 정확히 18주 동안 이어졌습니다.
무엇이 달라지기 시작했는가 — 전환점
전환점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왔습니다. 심리학자 Susan Jeffers가 1987년에 쓴 책 Feel the Fear and Do It Anyway의 한 문장이었습니다.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성장할수록 두려움의 규모만 달라질 뿐이다(The fear doesn't go away. The level of the fear is related to the level at which you are willing to grow)."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는 솔직히 위로가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답답했습니다. '그럼 이 불편함을 평생 안고 살라는 말인가?'
그런데 일주일쯤 지나 그 문장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다르게 읽혔습니다. 두려움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건, 두려움을 없애는 데 에너지를 쏟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한 목표를 향한 노력이었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요.
저는 그날 처음으로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두려움을 없애는 게 아니라, 두려움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리고 2023년 발표된 하버드 의대 심리학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론을 확인했습니다. 두려움 자체를 억제하려는 그룹보다, 두려움을 인정하고 명명(labeling)하는 그룹이 실제 행동 수행률이 약 34% 더 높았다는 결과였습니다.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행동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죠.
두려움을 인정했을 때 실제로 달라진 것들
변화는 드라마틱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두려움이 사라지거나, 용기가 넘쳐 모든 걸 해내게 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였습니다. 두려움은 여전히 있었고 — 단지 그것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① 행동의 변화: "두렵지만, 해볼게요"
첫 번째로 달라진 건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두려움을 느끼면 "이건 내가 아직 준비가 안 된 거야"라고 해석했습니다. 두려움 = 아직 아님. 이 등식이 행동을 막았습니다. 이제는 "두렵다는 건, 이게 나에게 중요하다는 신호다"로 해석합니다. 두려움 = 중요한 것.
그 결과, 18주 동안 멈춰 있던 블로그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글을 올린 날, 발행 버튼을 누르는 데 정확히 47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손이 떨렸습니다. 하지만 눌렀습니다. 두려움이 사라진 게 아니라, 두려움이 있어도 괜찮다고 허락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계실 겁니다. 혼자 여행이 두려웠던 제가 솔로 여행을 시작한 과정에서도 썼지만, 두려움이 사라지길 기다리다간 영영 출발하지 못합니다. 두려움을 손에 쥐고 버스에 타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더라고요.
② 사고의 변화: 두려움을 '적'에서 '정보'로
심리학에서는 감정을 억압하지 않고 이름 붙이는 행위를 정서 명명(Affect Labeling)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나 지금 무서워"라고 소리 내어 말하거나 글로 쓰는 것입니다. UCLA의 신경과학자 Matthew Lieberman의 연구에 따르면,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편도체(amygdala, 뇌에서 두려움 반응을 관장하는 영역)의 활성화가 유의미하게 줄어든다고 합니다. 억압이 아니라 인정이 오히려 두려움의 강도를 낮추는 것이죠.
저는 이걸 실제로 해봤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날 두려운 것들을 노트에 3가지씩 적는 습관을 6주 동안 이어갔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습니다. 두려움을 적는다는 게 오히려 더 두렵게 만들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종이에 쓰고 나면 그 두려움이 조금 작아 보였습니다. 머릿속에 있을 때는 거대했는데, 14pt 글자로 적혀 있으면 그냥... 한 줄짜리 문장이었습니다.
③ 관계의 변화: "나 사실 좀 무서워"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려움을 숨기는 사람은 강해 보입니다. 하지만 연결되지 않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약해 보일까봐 숨겨왔습니다. 그런데 두려움과 공존하는 연습을 하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 이거 사실 좀 무서워"라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상대방이 "나도 그래"라고 답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3개월 동안 이 실험을 했더니, 제가 두려움을 먼저 털어놓은 10번의 대화 중 8번에서 상대방도 비슷한 두려움을 공유했습니다. 취약성이 연결을 만들어냈습니다. 연구자 Brené Brown이 20년간 1,000명 이상을 인터뷰하며 발견한 것처럼 — 취약성은 약함이 아니라, 진정한 연결의 시작점이었습니다.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두려움이 있음에도 중요한 것을 위해 움직이기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아직 남아있는 것들 — 솔직하게
여기서 "그래서 이제는 두렵지 않아요"라고 쓰면 좋겠지만, 그건 거짓말입니다. 저는 여전히 두렵습니다. 매 글을 발행할 때마다 두렵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두렵고, 틀릴 수 있는 말을 할 때 두렵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도, '이 고백이 너무 약해 보이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어깨 위에 앉아 있습니다.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마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Susan Jeffers의 말처럼요.
또 솔직히 말하자면, 두려움 명명 습관이 잘 지켜지는 날도 있고 3일씩 건너뛰는 날도 있습니다. 어떤 날은 두려움을 인정하는 대신 넷플릭스를 6시간 보며 회피하기도 합니다. 완벽한 계획 없이 30일을 버텼던 기록에도 썼지만, 변화는 직선이 아닙니다. 앞으로 갔다가 뒤로 오기도 하면서 조금씩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두려움을 완전히 극복했다"고 말하는 대신, "두려움과 조금씩 친해지는 중"이라는 말을 더 좋아합니다. 5점 만점에 지금은 2.5점쯤 됐다고 할까요. 절반을 왔습니다. 아직 절반이 남아 있습니다. 그것도 괜찮습니다.
🔍 지금 바로 해볼 수 있는 것: 두려움 명명 연습
오늘 하루,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 멈추고 이렇게 해보세요.
- 1단계 — 이름 붙이기: "나는 지금 ___가 두렵다"를 소리 내어 말하거나 노트에 적습니다. (예: "나는 지금 발표가 실패할까봐 두렵다")
- 2단계 — 정보로 읽기: "이 두려움이 나에게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가?"를 묻습니다. (예: "이 발표가 나에게 중요하다는 신호다")
- 3단계 — 허락하기: "두렵지만, 그래도 해볼 수 있다"라는 문장을 한 번 써봅니다.
이것을 단 7일만 해봐도 두려움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제가 직접 경험했습니다.
해보셨다면, 어땠는지 댓글로 나눠주세요. 여러분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두려움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시나요?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도 지금 무언가가 두려운 분이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직장, 새로운 관계, 오랫동안 미뤄온 결심. 혹은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나도 저런 적 있었는데"라고 고개를 끄덕이신 분도 계실 겁니다.
실제로 이 블로그를 함께 읽는 독자분 중 한 분이 지난달 이런 댓글을 남겨주셨습니다. "두려움을 없애려고 2년을 보냈는데, 이 글을 읽고 처음으로 '없애는 게 아니라 안고 가는 거구나'를 이해했습니다. 오늘 오래 미뤄뒀던 이력서를 제출했어요." 이 한 줄이 저에게 다시 글을 쓰게 하는 힘이 됩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두려움을 안고 있으신가요? 그리고 그 두려움에 어떻게 반응하고 계신가요? 싸우고 있나요, 피하고 있나요, 아니면 이미 그 두려움을 손에 쥐고 한 발 내딛고 있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두려움의 종류도, 그것을 대하는 방식도 모두 다르겠지만 —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이 생겨납니다. 그 안도감이 때로는 가장 강한 두려움 극복의 시작이 됩니다.
이 블로그는 완벽하게 변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변화하는 중인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고 싶습니다. 두려움을 안고도 조금씩 나아가는 사람들이 서로의 증거가 되어주는 곳. 그 여정을 함께 걸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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