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극복보다 두려움과 공존하는 삶이 더 강하다

두려움 극복보다 두려움과 공존하는 삶이 더 강하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싶어서 이 글을 검색하셨나요? 저도 그랬습니다. 두려움 극복이라는 단어를 수백 번은 검색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두려움을 완전히 극복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다만, 두려움을 없애려는 노력을 멈췄을 때 — 그때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글은 '두려움에서 해방된 삶'을 보여드리는 글이 아닙니다. 두려움을 인정했더니 의외로 버틸 수 있었다는, 지금도 진행 중인 이야기입니다.

6개월 전의 나는 이랬습니다

6개월 전, 저는 두려움과 싸우는 데 하루의 상당한 시간을 쓰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일을 앞두면 잠이 오지 않았고, 발표 3일 전부터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에게 거절당하는 장면을 머릿속으로 5번, 10번씩 반복해서 시뮬레이션했습니다. '이 두려움만 없애면 된다'는 생각으로 유튜브를 뒤지고, 책을 읽고, 두려움 극복 훈련 관련 앱까지 깔아봤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 두려움을 없애려 노력할수록 두려움이 더 커지는 것 같았습니다. 두려움을 느끼는 나 자신이 창피해졌고, '이런 것도 못 이겨내는 사람'이라는 새로운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실패하는 두려움이 추가된 것입니다.

그때 저는 지금 무엇을 언러닝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그냥 막막하게 지쳐있었습니다.

두려움을 안고 혼자 앉아 생각하는 사람의 모습
두려움과 싸우는 대신, 그냥 앉아있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Photo: Unsplash)

전환점: "없애야 한다"는 믿음을 먼저 해체했습니다

변화는 어떤 큰 사건에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심리학자 수전 데이비드(Susan David)의 『감정적 민첩성(Emotional Agility)』을 읽다가, 딱 한 문장에서 멈췄습니다.

"두려움을 없애려 할수록, 두려움은 당신의 더 많은 주의를 요구한다. 감정은 억압될수록 커진다."

저는 그 문장을 3번 다시 읽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 두려움을 향해 해온 것이 — 억압과 부정의 반복이었다는 걸 처음으로 제대로 인식했습니다.

심리학에는 사고 억제의 역설(Ironic Process Theory)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하버드대학교 다니엘 웨그너(Daniel Wegner) 교수가 1987년에 제안한 이 이론은, 무언가를 억압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그 대상을 더 강하게 의식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흰 곰을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하면 누구나 흰 곰을 떠올리는 것처럼 — 두려움을 없애려 할수록, 뇌는 두려움을 더 자주 탐색합니다.

저는 그때부터 '두려움 극복'이라는 목표를 내려놓기 시작했습니다. 대신 '두려움과 함께 있어보기'를 실험해봤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어색했습니다.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행동한다는 게 어떤 건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두려움을 인정했을 때 구체적으로 달라진 것들

처음 변화를 시도한 날로부터 약 4개월이 지났습니다. 제가 체감한 변화를 가능한 한 솔직하게 기록해보겠습니다.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입니다.

①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새로운 선택 앞에서 평균 3~5일을 망설였습니다. 두려움을 없애고 '확신'이 생길 때를 기다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두려움을 인정하고 나서는, "두렵지만 해보자"라는 결정을 하루 이내에 내릴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4개월간 이렇게 내린 결정이 최소 12번은 됩니다. 그중 8번은 잘 됐고, 4번은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그 4번의 실패 중에서 3번은 — 오히려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다면 더 큰 실수를 했을 상황이었습니다. 두려움이 실제로 신호 역할을 했던 겁니다.

② 글을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 저는 6개월 이상 '언젠가는 블로그를 써야지'를 반복했습니다. 공개적으로 글을 쓴다는 것, 누군가 읽는다는 것, 비판받을 수도 있다는 것 — 모든 게 두려웠습니다. 두려움을 없애고 시작하려 했지만, 두려움은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두려운 채로 첫 글을 발행했습니다. 그날 심장이 얼마나 빨리 뛰었는지 지금도 기억합니다.

지금은 포스트를 30개 이상 발행했습니다. 두려움이 사라진 게 아니라, 두려움과 함께 발행하는 게 익숙해진 것입니다. 혼자 여행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도 그런 방식으로 쓸 수 있었습니다 — 두렵지만, 일단 떠났고, 그 경험을 그대로 기록했습니다.

③ 관계에서 달라진 것

사람들에게 먼저 연락하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거절당할까봐, 귀찮아할까봐. 그래서 항상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두려움을 인정하고 나서, 저는 "나 지금 연락하기가 좀 두렵다. 그래도 해보자"라는 내면의 대화를 의식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지난 3개월간 먼저 연락한 사람이 7명입니다. 그중 2명은 정말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던 사람들이었는데, 두 분 다 반가워하셨습니다.

두려움을 인정하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새벽빛 속 여정
두려움이 사라진 뒤가 아니라, 두려움과 함께 내딛는 한 걸음. (Photo: Unsplash)

심리학자 브레네 브라운(Brené Brown)은 2010년 TED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강연은 현재까지 6,000만 회 이상 조회된 TED 역사상 가장 많이 본 강연 중 하나입니다.

"용기(Courage)의 어원은 라틴어 'cor'(심장)입니다.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두려움을 안고도 자신의 이야기를 온전히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두려움 극복 명언을 수없이 검색했지만, 이 한 문장이 가장 오래 남았습니다. 극복이 아니라 공존. 그게 핵심이었습니다.


아직 남은 것들 — 솔직하게

변화가 일어났다고 해서 모든 게 달라진 건 아닙니다. 아직도 저에게 남아있는 두려움들을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 큰 결정 앞의 두려움: 이직이나 이사 같은 삶의 큰 변화 앞에서는 여전히 몇 주씩 무너지곤 합니다. 하루 이내 결정은 아직 먼 이야기입니다.
  • 비판에 대한 두려움: 블로그 댓글이나 피드백을 받을 때, 부정적인 반응이 올 것 같으면 여전히 심장이 쿵 내려앉습니다. 두려움을 인정은 하지만, 완전히 덤덤해진 건 아닙니다.
  • 실패 후 재시작의 두려움: 한번 실패한 것을 다시 시도하는 게 여전히 가장 어렵습니다. 완벽한 계획 없이 30일을 버틴 기록을 쓰면서도, 그 과정에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이 세 가지는 아직 해체 진행 중입니다. 완료된 게 아닙니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 사실 6개월 전에는 절대 못 했던 일입니다. "나 아직 두렵다"를 글로 쓰는 것, 그것도 작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두려움 극복 훈련보다 먼저 해볼 수 있는 것

두려움 극복 훈련이나 두려움 극복 방법을 찾고 있으셨다면, 저는 조금 다른 방향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두려움을 '제거할 대상'으로 보는 프레임 자체를 먼저 점검해보는 것입니다.

두려움 극복 디시 같은 커뮤니티에 가보면 "두려움을 느끼는 건 약한 거다",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저도 그런 말에 오랫동안 공감했고, 그래서 더 자책했습니다. 하지만 연구는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2019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불안과 두려움을 억압하려 할수록 의사결정의 질이 평균 23% 낮아지고, 같은 감정을 '정보'로 재해석할 때 문제 해결 능력이 유의미하게 향상된다고 보고했습니다. 두려움은 없애야 할 노이즈가 아니라, 읽어야 할 신호라는 것입니다.

🧪 지금 바로 해볼 수 있는 것: 두려움 인정 일지 (3분)

오늘 느낀 두려움을 하나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아래 세 가지를 종이에 적어보세요.

  • 1. 지금 나는 무엇이 두려운가? (구체적으로, 딱 한 문장으로)
  • 2. 이 두려움이 내게 알려주려는 것은 무엇인가? (억압하지 말고, 신호로 읽어보기)
  • 3. 두려움을 안고도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한 가지는? (극복이 아닌 공존)

저는 이것을 매일 아침 약 3분씩, 지난 90일간 해왔습니다. 처음 30일은 솔직히 쓰기가 어려웠습니다. 두려움을 마주하는 것 자체가 두려웠으니까요. 그런데 60일째가 지나면서, 두려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두려움의 크기를 조금씩 줄여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정서 명명화(Affect Labeling) —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편도체(감정을 처리하는 뇌 영역)의 활성이 감소한다는 연구와 일치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저는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이 궁금합니다. 두려움을 없애려다 오히려 더 힘들어진 경험이 있으셨나요? 아니면 두려움을 안고도 해봤더니 의외로 괜찮았던 경험이 있으셨나요?

두려움 극복 훈련을 열심히 해봤는데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느끼셨다면, 혹시 '극복'이라는 목표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는지 한번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저는 그 질문 하나가 6개월간의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블로그에서는 두려움을 비롯해 우리를 가두는 믿음들을 함께 해체해나가고 있습니다. 14일간 낯선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어본 내향인의 경험처럼, 작고 구체적인 실험들을 통해서요. 혼자가 아니라 함께 비워나가고 싶습니다.

댓글로 여러분의 두려움 이야기를 나눠주세요. 극복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됩니다. 지금 두렵다는 이야기도, 이 공간에서는 충분히 가치 있습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 두려움 극복 훈련을 꾸준히 해도 왜 효과가 없을까요?
Q. 두려움과 공존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Q. 두려움 극복 명언이나 책이 실제로 도움이 될까요?
Q. 두려움이 너무 강해서 아무것도 못 하겠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Q. 두려움 극복 방법으로 일기 쓰기가 효과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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