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마인드셋 한계: 드웩도 말하지 않은 것

성장 마인드셋 한계: 드웩도 말하지 않은 것

"노력하면 된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얼마나 가슴이 뛰었나요? 캐럴 드웩(Carol Dweck)의 성장 마인드셋 이론은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었습니다. 재능이 전부가 아니라, 노력과 과정이 우리를 성장시킨다는 메시지. 그런데 혹시 이런 경험이 있지 않으신가요? 성장 마인드셋을 배웠고, 고개도 끄덕였고, 심지어 주변에 전파까지 했는데… 정작 나 자신은 여전히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성장마인드셋 한계를 처음 의심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드웩의 책을 두 번이나 읽었고, 형광펜으로 줄을 그었고, 노트에 옮겨 적었습니다. 그런데 마감이 다가오면 여전히 얼어붙었고, 실수 앞에서 여전히 자기 비판이 먼저 올라왔습니다. 뭔가 빠진 것이 있다는 느낌. 오늘은 그 '빠진 것'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성장 마인드셋이 말하지 않은 것: 믿음의 '지층'

드웩의 이론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을 가진 사람은 능력이 타고난 것이라 믿고,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을 가진 사람은 노력으로 능력이 변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우리는 성장 마인드셋을 '채택'하면 된다.

이 설명의 아름다움은 명료함에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명료함이 함정입니다. 마인드셋을 바꾸는 것이 마치 앱 설정을 바꾸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입니다. '성장 마인드셋으로 전환'이라는 버튼만 누르면 될 것 같은 환상.

하지만 우리의 믿음 체계는 앱 설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지층에 가깝습니다. 수십 년에 걸쳐 켜켜이 쌓인 경험, 실패, 부모의 말 한마디, 선생님의 표정, 첫 직장에서의 굴욕감. 이것들이 모여 우리 내면 깊숙이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핵심 믿음을 형성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암묵적 기억(Implicit Memory)이라고 부릅니다. 일상어로 하면, "의식하지 못하는 자동 반응"입니다. 발표 자리에서 갑자기 머리가 하얘지거나, 상사에게 피드백을 받을 때 이유 없이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그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래된 기억이 자동으로 작동하는 것입니다. 성장 마인드셋을 '알고' 있어도, 이 자동 반응은 바뀌지 않습니다.

생각에 잠긴 사람, 성장 마인드셋의 한계를 고민하는 장면
아는 것과 변하는 것 사이에는 생각보다 훨씬 깊은 간극이 있습니다. (Photo: Unsplash)

드웩 마인드셋 이론은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를 알려줍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무엇을 믿고 있는가'를 먼저 해체하는 작업에 대해서는 충분히 말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믿음을 쌓기 전에, 잘못 쌓인 것을 먼저 비워야 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언러닝(Unlearning)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성장 마인드셋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준다. 언러닝은 지금 무엇이 발목을 잡고 있는지 보게 한다."

성장 마인드셋 문제: 왜 '알면서도' 안 될까

당신이 성장 마인드셋을 배웠는데도 변화가 없었다면, 당신의 의지력이 약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은 인간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충실했던 것입니다.

심리학에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가진 믿음을 확인해주는 정보만 수집하는 경향이 있다는 뜻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확증편향이란? 내가 원하는 것만 보이는 이유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잘하는 것이 없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 성장 마인드셋을 배웠다고 합시다. 그는 이론적으로는 "노력하면 성장할 수 있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무언가를 시도하면, 뇌는 자동으로 실패의 증거를 수집하기 시작합니다. 잘 된 것은 "운이 좋았던 것"으로 처리하고, 잘 안 된 것은 "역시 나는 안 돼"의 증거로 기록합니다.

이것이 성장 마인드셋을 '알고' 있어도 고정 마인드셋처럼 행동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표면에 새 페인트를 칠해도, 그 아래 오래된 믿음이 살아있으면 결국 페인트가 벗겨집니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벽을 갈아내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요소는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입니다. 새로운 믿음(성장 마인드셋)이 기존 믿음(나는 안 된다)과 충돌할 때, 우리의 뇌는 이 불편함을 빠르게 해소하려 합니다. 그 방법이 바로 "그 이론은 나한테는 해당 안 되는 것 같아"라는 합리화입니다. 새로운 정보를 거부하는 것이지요. 이 과정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다면, 인지부조화란 무엇인가 — 믿음이 흔들릴 때 생기는 일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변화가 어려운 것은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입니다. 그 구조를 먼저 들여다보는 것이 언러닝입니다."
성장과 변화를 상징하는 이미지, 드웩 마인드셋을 넘어서
진짜 성장은 새것을 쌓기 전에, 낡은 것을 비우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Photo: Unsplash)

드웩도 인정한 것: 성장 마인드셋의 오용과 한계

흥미롭게도, 드웩 본인도 자신의 이론이 오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2015년 발표한 논문과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성장 마인드셋을 "노력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단순화하고 있으며, 이것은 자신의 본래 의도와 다르다고.

드웩이 우려한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가짜 성장 마인드셋"의 문제 — 입으로는 "노력이 중요해"라고 말하지만, 내면에서는 여전히 결과로 자신을 평가하는 것
  • 노력의 신화화 — 노력 자체를 미덕으로 숭배하면서, 전략이나 환경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
  • 구조적 문제의 개인화 — 시스템의 문제를 "마인드셋을 바꾸면 된다"는 개인의 책임으로 환원하는 것

이 세 가지 오용 패턴에서 우리는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모두 내면의 믿음을 먼저 들여다보지 않은 채, 외부 프레임만 바꾸려 한다는 것입니다.

언러닝은 바로 이 지점에서 드웩의 이론을 보완합니다. 성장 마인드셋이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알려준다면, 언러닝은 "지금 내가 어디에 갇혀 있는가"를 먼저 보게 합니다. 출발점을 제대로 인식해야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니까요.

저는 언러닝을 통해 제 믿음 하나를 해체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완벽하게 마무리해야만 한다(B-001)"는 믿음이었습니다. 성장 마인드셋을 안다고 이 믿음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성장 마인드셋을 가졌으니까 이번엔 완벽해야 해"로 변질되기도 했습니다. 믿음을 비우지 않으면, 새로운 프레임도 기존 믿음에 흡수되어 버립니다.

그렇다면 언러닝은 어디서 시작하는가

언러닝은 "나쁜 믿음을 버리고 좋은 믿음으로 교체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쌓기입니다. 언러닝의 핵심은 먼저 그 믿음이 어디서 왔는가를 추적하는 것입니다.

제가 직접 해체했던 믿음 B-004, "내가 시작하면 결국 문제를 만든다"를 예로 들겠습니다. 이 믿음을 단순히 "아니야, 나는 잘 시작할 수 있어"로 교체하려 했을 때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믿음이 처음 생긴 순간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초등학교 때 반장 선거에 나갔다가 창피를 당했던 기억, 첫 직장에서 프로젝트를 맡자마자 실수했던 기억. 그제야 이 믿음이 '나'의 본질이 아니라, 특정 경험들이 만들어낸 해석이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이 언러닝의 시작입니다. 믿음을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믿음의 뿌리를 보는 것. 그리고 그 뿌리를 보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자기 자비(Self-compassion)입니다. 자신의 믿음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믿음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던 당신의 경험을 이해하는 태도. 이에 대해서는 자기자비란 무엇인가 — 언러닝이 시작되는 태도에서 더 깊이 다루고 있습니다.

"믿음을 바꾸려 하기 전에, 그 믿음이 왜 생겼는지를 먼저 이해하십시오. 이해가 해체의 시작입니다."

언러닝은 자기혐오가 아닙니다. "나는 이렇게 잘못된 믿음을 가졌었어"가 아니라, "이 믿음은 그때 내가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었구나"라는 따뜻한 인식입니다. 그 인식이 생길 때, 비로소 믿음은 유연해지기 시작합니다.

오늘의 언러닝 실습: 나의 '성장 마인드셋 블로커' 찾기

지금 당장 노트를 꺼내십시오. 아래 세 가지 질문에 순서대로 답해보세요. 완벽하게 쓰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생각의 흐름대로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 1단계 — 상황 떠올리기: 최근 1년 안에 "나는 성장하고 싶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첫 발을 내딛지 못한 순간이 있었나요? 그 상황을 구체적으로 적어보세요.
  • 2단계 — 내면의 목소리 듣기: 그 순간 머릿속에 어떤 말이 자동으로 올라왔나요? "어차피 나는…", "나 같은 사람이…" 같은 문장이 있었다면 그대로 적어보세요.
  • 3단계 — 뿌리 추적하기: 그 목소리가 처음 생긴 것은 언제였을까요? 비슷한 말을 들었거나, 비슷한 경험을 한 순간이 떠오르나요? 억지로 찾으려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을 기록해보세요.

이 세 가지 질문은 '믿음의 지층'을 처음 들여다보는 연습입니다. 당장 무언가가 바뀌지 않아도 됩니다. 보는 것 자체가 언러닝의 시작입니다.

성장 마인드셋과 언러닝, 함께 쓸 때 비로소 완성된다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 글은 드웩의 이론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장 마인드셋은 여전히 강력하고 유효한 프레임입니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집을 리모델링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성장 마인드셋은 '새 집의 설계도'입니다. 어떤 집을 만들고 싶은지, 어디에 창문을 내고 싶은지 그려주는 것이죠. 그런데 설계도가 아무리 훌륭해도, 기존의 낡은 벽을 먼저 허물지 않으면 새 집을 지을 수 없습니다. 언러닝은 그 허무는 작업입니다.

설계도(성장 마인드셋)와 철거 작업(언러닝)이 함께할 때, 비로소 진짜 리모델링이 시작됩니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반쪽짜리입니다.

당신이 오랫동안 "나는 왜 바뀌지 않을까"라고 의심해왔다면, 그 의심은 사실 아주 정확한 직관이었을 수 있습니다. 바뀌려는 의지가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비워야 할 것을 먼저 비우지 않았던 것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지금, 당신은 이미 언러닝의 첫 번째 문 앞에 서 있습니다.

"변화는 더 많은 것을 쌓는 것이 아니라, 비로소 비울 용기를 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뇌는 평생 변할 수 있습니다. 신경과학에서는 이것을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고 부릅니다. 새로운 생각과 행동이 반복될 때 뇌의 신경 연결이 실제로 바뀐다는 것입니다. 그 변화는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오늘 노트에 세 줄 쓰는 것처럼 작은 것에서 시작됩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충분히 노력해왔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그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했다면,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방향이 조금 달랐을 뿐입니다. 이제 그 방향을 함께 찾아가 봅시다. 저도 아직 비우는 중입니다. 우리 같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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